충격적인 하루였다. 인류최강이라 불리던 은가누가 패배했다. 사실 퓨리전때도 질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패배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부심이 들었었다. 이번경기도 마찬가지다. 질줄은 알고 있었다. 은가누가 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런식으로는 아니다. 판정패로 졌어야 했다. 퓨리전처럼 어느 정도 정신승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은가누에게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패배해버렸다. 인류최강 피지컬이라는 이미지가 산산조각나면서 상품성이 두동강나버렸다. 판정패라도 했으면 그래도 길거리에서는 은가누가 최고라는 정신승리가 가능했다. 복싱으로 원정왔음에도 불구하고 퓨리를 고전시키고 조슈아에게 아쉽게 판정패한 기술은 딸리지만 길거리에서의 피지컬은 괴물이라는 행복회로를 개인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은가누의 인생에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다운이.... 그것도 3번이나.....심지어 마지막은 산소호흡기 실신으로 다소 추하게 패배해버렸다. 이건 마치 비오는날 3번 연속으로 벼락에 맞은듯한 경험을 한것같다. 어쩌면 조슈아는 피뢰침과같은 선수였기에 당연한 현상이며 그저 미련한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공상 속 은가누였을지도 모른다. 오픈 글러브로도, 가네에게 뒤돌려차기를 맞을때에도 다운 당하지 않았던 은가누가 어떻게 복싱 글러브에 맞고 실신을 했던것인지 아직도 충격이 사라지지 않는다.
코너맥그리거가 떠오르는 매치였다. 맥그리거도 복싱 초일류 스타인 메이웨더와 붙었다. 다소 추잡하게 지긴했지만 그래도 은가누만큼 비참하게 지지 않았다. 무었보다 코맥은 져도 됐다. 왜? 내가 안티라서? 아니다. 난 경량급에 애초에 관심이 없었고 비록 지금은 광대이미지 이지만 코너맥그리거의 페더급 제패과정만큼은 상당히 리스펙 하며 세간을 들끓게 하는 그의 주옥같은 발언 한마디 한마디도 흥미로워했었다. 그렇다면 왜 코맥은 져도 된다고 느꼈을까? 왜? 바로 인류최강이 아니기때문이다. 난 그가 메이웨더에게 농락당하며 패하고나서 복싱팬들 퍼붓는 조롱까지 즐겼다. 왜냐면 나에게는 세상 그무엇보다 크지만 세상 그무엇보다 작고 소중한 UFC헤비급 괴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한켠에는 UFC 헤비급이야 말로 최고의 피지컬을 가진 세상 최강의 사나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까짓꺼 복서들도 체면좀 차리고 해야지~ 이런느낌이랄까. 하지만 은가누가 졌을때는 그런 마음의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얼굴이 경직되며 정색을 하게 되었다. 이건마치 나의 사랑하는 아내가 돈을 많이 버는 남편을 용돈으로 꽉잡고 하는 잔소리들은 그저 사랑스럽고 알콩달콩한 내무부장관의 앙탈이 될 수도 있지만 돈도 나보다 훨씬 잘 버는 아내가 멋진 수영강사와 밖을 쏘다니며 전업주부인 남편에게 최소한의 용돈을 주며 잔소리를 한다면 그것은 연못안의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는 전혀 스윗하지 않은 행위가 되는것이다.
존존스도 존존스 이지만 도대체 로젠의 주먹은 얼마나 약했던 것인가?
흐트러진 자세로 빗겨맞은것인가? 킥복서와 복서의 펀치가 그렇게 수준차이가 난단 말인가?
로젠도 로젠이지만 앤디루이즈 주니어의 맷집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것인가? 정타를 그렇게 맞고 다운까지 당했는데 조슈아를 되려 역관광 보내버린 앤디루이즈의 강철뇌는 도대체 얼마나 튼튼한것인가? 설마 그게아니라 MMA가 평균적으로 맷집이 약한것인가?
루이즈도 루이즈지만 우식은 얼마나 테크니컬 한것인가? 은가누가 그래도 우식은 이기지 않을까?
우식선수가 작은신체때문에 은가누에게 불리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식은 그런 은가누까지 찍어누른 피지컬을 가진인 앤소니 조슈아를 장난감 가지고놀듯 이긴 선수임을 잊어선 안된다. 조슈아와 마찬가지로 금메달리스트로 근본이 있는 선수다. 만화 헌터x헌터를 볼때 히소카가 최강인줄 알고 책장을 넘기다가 환영여단의 두목을 보고 놀라며 나중에는 메르엠의 등장을 목격했을때와 비슷한 신비감과 압도감을 느낀다. 퓨리는 사실 4천왕중 최약체였을까?
오늘 경기의 영향으로 개인적으로 종합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다소 식고 김이 새버렸다. 조슈아와 은가누가 페이스오프를 할때만 해도 UFC299를 볼 생각에 더블로 행복했었다. 김이 단 하나도 새지 않고 얼음같이 차가운, 따지 않은 콜라같았던 이벤트였다. 전세계 UFC팬들도 나와같이 느낄까? 하지만 반대로 복싱팬들의 유입이 늘어날꺼라 예상된다. 내가 과거 리그오브레전드에 한참 빠져있을때 북미리그는 관심이 단1도 없었는데 국제무대에서 한국팀이 북미팀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국뽕해 취해있을때 심적여유가 생겨 재롱잔치보듯 북미리그를 꼬박꼬박 챙겨보던적이 있는데 아마 비슷한 심리로 유입이 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데이나의 머리속도 궁금하다. 그는 과연 웃고있을지.. 아니면 MMA를 이끄는 주도자로서 씁쓸함을 가지고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아마도 웃고있지 않나싶다. 그가 그렇게까지 생각했다면 코너를 메이웨더와 붙도록 내버려두지 않았겠지...그러니 개인적으로 통쾌해하고 있지 않을까. 커뮤니티에 올라온 조슈아의 인터뷰를 봤는데 원래는 조슈아가 그냥 건성건성 준비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가누의 퓨리전을 보고 진지하게 준비하기로 했다고 한다. 혹시 퓨리도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다가 은가누에게 고전한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스노우볼이 됐고 주위에서 은가누의 관자놀이가 아다만티움이다 뭐다 하도 주입을 하다보니 은가누가 가스라이팅 당해서 메타인지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데이나도 이러한 일을 예견하고 은가누의 복싱을 좀 더 미루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더더욱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은가누를 더 크게 키워서 유명세가 낮은 복서들부터 하나 둘 잠식해갔다면 은가누와 데이나도 모두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은가누가 MMA룰로 다시 붙으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지만 의미없다. 이런다고 달라지는것은 없다. 은가누는 어차피 복싱베이스다...고로 옥타곤에서도 똑같은 그림으로 똑같이 질것이라 생각한다. 어제의 은가누는 그만 놓아주자 대신 앞으로 다가올 은가누를 응원하자.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어둠의 군주 존존스도 같이 기대해보자. 이렇게 된 이상 맷집 고트는 존존스다. 다운과 KO를 단한번도 당한적이 없는 MMA의 마스터이다. 존존스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그리고 존존스를 극도록 미워하는 헤이터들에게도 이제 그를 반 강제적으로라도 MMA의 프라이드를 지켜줄 최후의 심리적 방어선으로 밀어붙여야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빛줄기를 꼭 붙들고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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