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라는 영화를 보았다. 오랜만에 한국영화가 그리워서 였다. 곳곳에서 파묘라는 이름을 들어보기도 했고 넷플릭스에서도 보이길래 감상을 해보았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게을러서 학창시절 공부라곤 제대로 안했던 내가 역사속 인물들을 검색해보기도 하였다.
등장인물과 주제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 바로 영화주제를 알 수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1 김상덕은 연기의 대가 최민식이 맡았으며 일제강점기 조선독립청년단의 김상덕이라는 인물에게서 이름을 따왔다.
2 이화림은 조선의용대에서 활동하였던 이화림에게서 따왔다. 공산주의자며 인민군으로 알려져 김구와 갈라섰다. 윤봉길이 폭탄을 던질때 윤봉길과 부부로 위장하여 잠입했다한다. 화림의 캐릭터로 보아 이 영화는 마일드한 친북주의의 색채또한 가지고 있는듯하다.
3 봉길이는 잘알려진 항일운동가 윤봉길에서 이름을 따왔고
4 고영근은 개그캐릭전문 유해진이 역할을 맡았으며 이름은 독립협회에서 활동하던 인물에게서 따왔다. 작중에서 고영근은 장의사이자 기독교를 믿는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실존인물인 고영근은 기독교 목사였다고 한다.
5 무라야마 준지는 음양사로 오니의 몸 속에 칼을 꽂아넣어 첩장시킨, 대한민국에 주술을 건 장본인이다. 기수네라는 법명을 가지고 있으며 kitsune를 우리나라 발음으로 표현한것인데 구미호라는 뜻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동물 이며 음양사가 여우로 불리기도 한다. 무라야마 지준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였다.
즉 이 영화는 일본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영화라고 고함을 치는 영화
인상깊었던 장면과 해석
박지용 일가의 파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상덕 무리가 무덤이 있는 산으로 이동하는 씬이 있다. 이 무덤의 위도와 경도는 38선을 의미하는데 영화에서는 악지중의 악지로 설정돼있다. 즉 일본에 의해 남북이 분단되었다는 의미.
박지용 일가 구성원들이 영어를 쓰고 미국에 거주하는데 거의 몰살당한다. 이것으로 보아 영화가 반미주의적 성격도 있는듯(어? 근데 넷플릭스는 미국회산데 ㅎ)
봉길이가 자신을 희생해서 화림을 구하려다가 오니에게 지배당하는 장면이 나오는건 아무래도 일제강점기를 의미하는 듯 했다. 의리있고 멋진 캐릭터로 설정한것 같은데 봉길이의 비중이 있는듯 없는듯 애매했다. 두시간 넘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캐릭터 색채가 풍부하거나 뚜렷하지 않아서 내 기억에 많이 남아있지 않다. 문신이 눈에 띄었다는 정도랑 오니의 노예가 된 드라이한 '사실'만 기억에 남아있기에 이장면을 보고도 뭔가 캐릭터에게 애정이란게 없고 무덤덤하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은어는 일본의 국어이며 민물고기중 최고급으로 여겨진다고 나무위키에 뜬다. 하지만 이 은어는 오니를 꿰어내기위해 사용되는데 독립운동가들이 자주사용했던 암호, 즉 은어를 나타내는것 같기도하다. 특히 삼일절에는 '청어 한마리 삼십일원'이라는 비밀 코드를 사용하였으며 여기 등장하는 은어가 청어목과에 속한다. 이 은어를 통해 오니를 꿰어 제압하게 되고 이것은 곧 삼일절을 통한 대한민국의 해방과 자유를 표현한듯 하다. 언어유희와 코드를 적절하게 전달한 부분이라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부분은 작가의 세련미가 돋보인다. 허나 역사적으로 삼일절이 해방의 계기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용두사미의 소재라고 생각한다. 은어(물고기)=봉길을 해방하기위한 작전=은어(삼일절 암호)=민족의 해방을 위한 독립운동의 치열함과 치밀함.
마지막 장면 이화림이 오니와 대항하게 될 때의 무대는 불타는 숲이다. 왠지 화림이라는 이름과 매칭이되는 설정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의도한거라면 센스좀 친다고 봄. 여기서 이화림이 모시는 영혼인지 무당인지 신인지 알 수 없는 할매가 등장하는데 오니에게 내 땅에서 물러나라고 외친다. 이 또한 일본에 전달하는 메시지로 강한 반일주의적 색채를 띈다
이야기 핵심소재인 불타는 검. 오니의 화신이자 작중에서 김상덕이 찾으려고 애썼던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자 종결이 되는 쇠침. 오니는 이 검과 일체화되어 인간을 능가하는 정령이 되었다. 무라야마 준지는 이 검을 가지고 정복활동을 하였으며 적장의 목을 수없이 베었다. 이 상징물은 일본의 무자비한 정복욕을 표현하며 또 기수네가 오니의 목안으로 이검을 숨겨두었다는 설정은 현 일본의 친절함에 숨겨진 악의를 표현하기위한 의도인듯 하다. 그리고 이것을 38선을 의미하는 위도와 경도에 묻어둔것은 남북분단의 원인이 일본이라는것을 전달하기 위함.
엔딩장면. 초반 딸 이야기나 결혼식 장면이나 김상덕의 딸을 왜 굳이 넣었을까 비중도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영화의 친북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인것 같다. 김상덕의 딸은 독일에서 공부했고 남편이 독일인이다. 그리고 독일은 우리처럼 분단국가였다. 결혼하는 장면은 이런 동병상련을 겪었던 국가에 유대감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결속을 통해 같은 미래를 공유할것이라는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듯. 다만 너무 비중도 없는 딸래미를 뜬금없이 우겨넣어서 부자연 스러운 코드 전달이라 봄.
이 영화의 장점
1 항일운동을 하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알게되어 유익했던것 같다. 난 암기력이 딸려서 역사공부를 정말 못했는데 이 영화는 머리에 딱딱 박힌다.
2 캐릭터묘사나 심리묘사가 후달리는 스토리나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최민식과 유해진이 연기로서 그것을 나락에서 구한듯한 느낌을 받았다. 즉 연기력으로 부족한 설정을 카바치는 능력이 정말 대단한것 같다.
3 거장 배우들과 상대적으로 신예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의 조합이 돋보였다. 남주로는 최민식, 여주는 김고은이 맡아 신구가 사이좋게 비중있는 역할을 가지고 갔다.
4 빠르고 스피디한 전개
불필요한 장면을 쳐낸 영화인것 같다. 바로바로 스토리의 핵심만 알려주어 스피디함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일장일단이 있다본다. 자칫하면 3시간이 될뻔한 영화를 최대한 압축을 하였다. 근데 압축한게 2시간 넘어간다. 다른관점으로보면 길어서 즐거울 수 있다.
5 한국과 일본문화의 조합
한국의 문화만 다뤄도 흥미로울 순 있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일본의 문화에 환장한다. 이 점을 캐치하여 음양사가 등장하는 스토리 설정을 잘 한것같다. 곡성도 보면 일본인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흥미로움을 끌어올린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단점
1 등장인물의 이름을 통한 주제전달이라는 다소 올드한 방식의 남발
코드전달로 주를 이루어 영화를 그럴싸하게 다듬을 것이었다면 그것을 찾는 재미를 주어야 하는데 주제를 너무 대놓고 드러냄. 물론 난 애초에 숨겨진 코드 발견하고 이런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난 직관적인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직관성은 영화의 해석에 중점을 둔 영화에서는 상극이라 생각한다. 쇠와 나무처럼
2 그래픽적 직관성 부족
색깔 대비라든지 밝기라든지 퍼즈해놓고 자세히 살펴봐도 지금 내가 보는게 어떤 물체지? 할정도의 장면이,하필 그것도 중요한 순간에 알아보기 힘든 장면이 몇몇 나왔다.
3 캐릭터설정 및 전개과정의 부족과 단순함
보통 영화에서 본격적인 사건에 연루되기 전에 자잘한 사건 몇개를 넣어 캐릭터간의 관계나 성격 가치관 등을 표현하고 호감도를 높이거나 악당에게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관객들에게서 끌어올리는데 이건 그냥 바로 본사건을 다이렉트로 영화시작하자마자 다루게된다. 이것은 스피디한 전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호일 수도 있으나 좀 더 풍부한 세계관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단점으로 다가올것이다. 특히 이화림의 궁시렁궁시렁거리는듯한 말투나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속삭이듯 말하는건 작가가 설정을한건지 감독이 요구를한건지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연기를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듯하다.
4 다양하지 못한 방식의 스토리 전개
이미 언급했지만 코드전달에 치중한 나머지 성격이나 캐릭심리묘사가 부족해진 느낌이다. 뭔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다양하지 못한 느낌. 이영화를 요약하면 '사실'전달과 '숨겨진 의미 찾기' 이것밖에 없다.
5 다소 부족한 공포감
나는 굉장히 공포영화에 몰입을 잘하고 겁을 잘먹는 편인데 이건 너무 편안하게 봤다. 인시디어스 급의 공포는 느낄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는 깜놀류 공포는 정말 극히 수를 제한하고 주로 스산한 느낌의 심리적 공포를 관객들에게 심어주려 한것 같은데 그럴꺼면 살인의 추억처럼 다양한 색채의 캐릭터와 깊은 심리묘사가 필수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이것을 충족하지 못했다. 인시디어스, 살인의 추억, 무간도 같은 숨막히는 갈등은 볼 수 없었다.
최종평점
반일주의라는 주제는 딱히 개인적으로는 흥미를 못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속 항일정신을 잊지말자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본다. 역사를 잊은자는 그 역사를 되풀이하지만 동시에 과거에 묶인 망령이된다면 가변하는 정세와 시대에 동떨어진 낡은 사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조상들은 중국의 침입에 고통받았지만 중국과 연대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본과도 마찬가지로 악연이 있었지만 연대하고 교류도 하였다. 현재에 적응하고 현재를 이해하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자신과 자신이 살아본적 없던 비참한 과거의 무분별한 이해로 인한 충돌은 결국 실천도 못하고 지속적이지도 못한 잘못된 신념만 가지게 만들며 그로 인해 그것이 3자에게는 눈이 찌푸려지는 갈등과 모순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최종평점: ★★★☆☆
게임리뷰만 하다가 영화리뷰 쓰는게 이렇게 오래 걸릴줄 몰랐음. 그냥 간단한 해석정도나 하고 말아야지 사람할짓이 못되는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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